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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 리뷰 (청춘, 재난, 성장)

by andrew1113 2025. 9. 17.

엑시트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 CJENM

<엑시트>는 평범한 청춘의 좌절과 가족애, 그리고 재난 상황 속 생존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입니다. 재난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 한국식 코미디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며 큰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1. 청춘 – 취업난과 좌절 속 평범한 청년의 초상

<엑시트>의 주인공 용남은 대학 시절 산악 동아리의 에이스였지만, 졸업 후 수년째 취업에 실패하며 가족에게조차 어깨를 펴지 못하는 전형적인 청년으로 등장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청년의 초상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사실적으로 비추고 있습니다.

그의 삶은 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대학 시절까지는 누구보다 자신감 넘쳤지만, 졸업 이후 연이은 취업 실패는 그를 점점 위축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늘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고, 어머니의 칠순 잔치조차 ‘백수 아들’로서 민망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좌절을 무겁게만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용남의 소심한 태도, 가족들의 투박한 대화, 일상의 작은 해프닝들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며, 청춘의 무거운 현실을 관객이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코미디적 포장은 결코 현실을 가볍게 소비하려는 장치가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는 웃음 속에 ‘이 사회가 얼마나 많은 청년을 방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취업난으로 자존감을 잃어가는 용남의 모습은 수많은 관객들에게 낯설지 않은 장면이었고, 그 때문에 영화는 처음부터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처럼 <엑시트>의 첫 번째 힘은 청춘의 좌절을 유머와 사실적 묘사를 통해 진솔하게 그려냈다는 점에 있습니다. 주인공의 처지는 어쩌면 비극이지만, 그가 처한 상황을 보는 관객은 미소를 지으며 동시에 가슴 한편이 먹먹해집니다. 이 균형이 바로 영화의 매력적인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재난 – 웃음 속 긴장감을 더하는 기상천외한 생존극

<엑시트>의 본격적인 전개는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시작됩니다. 가족들이 모인 연회장,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게 된 옛 동아리 후배 의주와의 재회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이지만, 바로 이어지는 거대한 위기의 전조입니다. 도심 한복판에 정체불명의 유독가스가 퍼지고, 평범한 잔치 장소는 순식간에 생존을 위한 전쟁터로 변합니다.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이 긴급한 재난 상황조차 유머와 결합시킨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도망치는 장면조차 한국적 상황극처럼 묘사되어 관객의 웃음을 유발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가스가 점점 높아지고 도심 전체가 봉쇄되는 장면은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옵니다. 웃음과 공포가 교차하는 순간, 관객은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이때 용남의 과거가 다시 빛을 발합니다. 대학 시절 산악 동아리 활동으로 다져온 그의 체력과 등반 기술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생존의 무기가 됩니다. 건물 외벽을 타고 오르며 가족들을 탈출시키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무기력하던 청년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서사의 절정입니다. 특히 용남과 의주가 협력해 건물 사이를 뛰어넘고 로프를 활용해 가스를 피해 나아가는 장면은 관객에게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재난 영화의 전형적 공식은 대개 영웅적 인물이 등장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엑시트>는 영웅이 아닌 ‘백수 청년’을 전면에 내세우며, 그의 가장 평범한 능력이 모두를 살리는 특별한 힘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관객에게 현실적인 공감과 동시에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합니다.

또한 영화는 단순히 긴장과 액션만으로 관객을 붙잡지 않습니다. 가족의 협동, 동료와의 연대, 그리고 공동체적 유대가 생존의 핵심 요소로 강조됩니다. 이는 재난을 그저 개인의 시험대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무대로 확장시키며,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엑시트>의 재난 서사는 웃음과 공포, 긴장과 희망을 절묘하게 버무리며 한국형 재난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관객은 손에 땀을 쥐며 긴장하다가도, 동시에 용남의 어설픈 행동과 인간적인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울컥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성장 – 무기력에서 벗어나 희망을 증명하다

<엑시트>의 마지막은 단순한 재난 탈출기가 아닙니다. 영화는 용남이라는 한 청년의 성장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처음에 그는 가족에게조차 ‘백수’라 불리며 무능한 존재로 취급받았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끝에서 그는 가족을 가장 먼저 구하고, 의주와 함께 도시를 가로지르며 수많은 생명을 살린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액션의 성취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신뢰를 되찾는 과정입니다. 용남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결국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모두를 구해냈습니다. 이는 곧 무기력과 좌절에 빠진 청년 세대에게 보내는 강한 응원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또한 영화는 성장의 순간을 과장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그립니다. 용남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고, 생존 후에도 사회적 구조가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증명했고, 가족들에게 당당히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작은 승리는 청년 세대가 일상에서 느끼는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상징합니다.

결국 <엑시트>는 웃음과 액션, 감동을 모두 아우르는 동시에, ‘좌절한 청년의 성장 서사’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완성한 작품입니다. 관객은 단순히 스릴 넘치는 재난극을 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모습을 용남에게서 발견하고, 함께 희망을 얻습니다.

이 때문에 <엑시트>는 942만 명이라는 관객 동원 성적을 기록하며, 한국형 재난 영화의 새로운 성공 사례가 되었습니다. 유독가스라는 독창적인 소재, 코미디와 재난의 절묘한 결합, 그리고 청춘 서사의 힘이 모두 어우러져 탄생한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우리 사회 청년들의 현실과 그들이 겪는 좌절, 그리고 결국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함께 담아냅니다. 이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다시 한번 ‘재난 영화도 따뜻하고 유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